‘해방’이나 ‘독립’ 기념일을 국경일로 자축하는 나라-민족의 역사에는 식민지배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다. 세계사의 20세기 전반부 스토리보드에 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이웃 국가의 여러 식민지 중 하나로 스치듯 언급되던 이 나라는, 그 무명 혹은 도명(盜名)의 세월을 끝낸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명명해 기려오고 있다. ‘영예롭게[光] 되찾은[復] 날’...
이 책에서 다루는 일본 강점기 시절 서대문형무소에 만든 수감자카드를 보면 의문은 금방 해소된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익히 들어서 아는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농사꾼, 선생, 출판업계 사람, 간호사, 학생들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하다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수감자카드에 붙어 있는 사진속의 그들 모습은 처참하다. 하나같이 모진 고문을 이겨냈지만 소수는 옥중 순국하기...
분단 속 한국 현대사에서 간첩 조작 문제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를 본격적이고 전면적으로 다룬 결과물은 드물었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에 등장한 여러 유형의 간첩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루고, 조작간첩 사건의 기획과 실행을 주도한 공안기구의 변천 과정, 한국의 간첩 담론의 역사적 변화, 여러 간첩 조작 사건과 그 배경 등 한국 간첩 조작의 역사를 총망라한다. 이런 내용...
목간은 금석문과 함께 대표적인 1차 사료이다. 금석문은 국왕과 고급관료가 출현하는데 대해 목간에는 인명을 가진 관등이 없는 일반 백성이 등장한다. 한국 고대의 목간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그 출토량이 적어서 연구 성과가 활발하지 못하다. 고구려 목간은 알려진 바가 없고, 백제 목간은 웅진성 시대에는 없고, 사비성 시대의 왕경 목간과 지방 관아 목간들이 알려져 있다. 고신라 시대에는 왕경 목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 한 편의 탐사보도가 언론과 학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바로 KBS 탐사보도부의 다큐멘터리 〈밀정〉이다. 2부작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그간 학계에서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항일운동의 가장 어두운 지점, ‘밀정(密偵)’의 실체를 규명했고, 같은 해 친일청산과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할 〈임종국상〉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
역사가 밥이 되지는 않는다. 역사가가 ‘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역사의식은 필요하고, 우리는 역사가에게 물어야 한다. 역사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는 나침반이 되고, 역사가는, 모두들 눈앞에 닥친 일에 골몰할 때 탄광의 카나리아나 잠수함의 토끼처럼 멀리 크게 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기승을 부릴 때 원로 서양사학자가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
한일 양국 간에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독도를 둘러싼 갈등. 독도 문제는 학문적인 진실에 바탕을 둔 논리적인 대응보다는 감정적인 대결로 치닫고 있다. 영토 논쟁의 차원을 넘어 상대국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악용되기도 한다. 학계의 연구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연구가 부족하니 확신을 가질 수 없고, 확신이 없으니 논리적인 대응을...
의열단을 조직하고 조선의용대를 창설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벌인 대표적인 독립투사 김원봉의 삶이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허영만에 의해 복원되었다. 민족의 정통성과 역사가 단절되고 암울했던 시기, 자주적인 독립을 위한 방법과 조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김원봉이 느꼈던 좌절과 고뇌, 희망과 염원의 마음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철저한 역사적 ...
위정척사파 유학자 집안의 여성이었지만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리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살아간 의병장 희순! 후방에서 지원은 물론 직접 총을 들고, 의병 가사를 짓고, 학교를 운영하며 항일 전사를 양성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며 ‘함께’ 싸운 독립운동가 윤희순과 평범하지만 빛나는 여성들, ‘안사람 의병단’을 만나다.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성풍속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와 그리스 문화를 통하여 그리스인들의 쾌락에 대한 인식을 재조명하며 그리스인의 일상생활과 종교ㆍ축제ㆍ연극ㆍ문학 등을 폭넓게 탐구한 책이다. 한스 리히트 교수는 학문적이고 흥미진진한 이 책에서 그리스 신화와 사회에서의 여성, 그리스 종교와 문학에서의 쾌락, 매춘 제도, 동성애,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탐닉했던 신비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