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나긴 여로 끝에 이 푸르른 잔디밭에 도착했으며,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꿈에 가까워졌다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이 이미 자기를 등지고 밤하늘 아래 검게 꿈틀거리는 도시 저 너머의 광대하고 흐릿한 어느 곳으로 물러가 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노인과 바다는 삶의 대한 애환과 아이러니가 매우 담담한 어투로 기술되어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매우 단출하나, 바다 위에서 노인이 겪는 심리적 갈등과 만담 형식으로 기술된 짧은 대화체들은 오히려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여 더 큰 극적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라는 것은 노인에게 살기 위해 꼭 나아가야만 하는 영역이면서도 또한 고립될 수밖에 없는 단절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순 ...
우한용 소설가의 소설집 『수상한 나무』가 〈푸른사상 소설선 25〉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집의 모티프는 서부 아프리카 세네갈과 시인 대통령 레오폴드 생고르에 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을 중심으로 식민지, 제국주의, 노예무역 등 아프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화두로 삼아 전개한 ‘다문화 연작소설’들이 통일된 구조 속에 편집되었다.
김민준은 평범한 일상과 소박한 사랑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따뜻하게 길어내는 감성적 시선으로 인스타그램에서 2030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다. 2015년 첫 책 『계절에서 기다릴게』부터 벌써 10여 권의 에세이와 소설을 꾸준히 펴낸 작가는, 두 번째 장편소설 『선영이의 거짓말』(자화상)에서 두 남녀 주인공 선영과 연준을 중심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듬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되찾아 다시 ...
《용사학원》과 교류하기 위해 인간 도시를 방문한 마왕학원 학생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시대에도 인간들의 가슴속에는 마족에 대한 적의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서로의 힘을 가늠하기 위한 학원대항전이 열리고, 아노스 일행에 앞서 싸운 마왕학원 3회생은 용사 측의 비열한 함정 앞에 패배한다. 불필요하게 패자의 명예를 짓밟는 용사들 앞에서 포학의 마왕과 그 수하들은 어떤 결단을 내리는가---! 그리고 ...
'미래를 향해 열일곱 발을 쏴라'(1933)를 출간한 후 철학과 문학에만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 1934년 단편집 '혼돈'을 내고 후에 아내가 되는 실비나 오캄포가 삽화를 그린 단편집 '집에서 만든 석상'(1936)을 출간한다. 첫 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인 '모렐의 발명'(1940)을 발표하면서 큰 명성을 얻었고 이 작품으로 제 1회 부에노스아이레스 문학상을 수상했다. 환상과 현실이 ...
1926년, 휴고 건즈백은 《어스타운딩 스토리》를 창간하며 그 잡지에 실린 소설들이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읽을거리이고, 언제나 교육적이고, 진보에 있어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라 선언했다. 그로부터 거의 한 세기를 온 지금, 우리는 건즈백이 말했던 재미는 물론이요, 그 이상을 향해 첫발을 딛는다. SF는 지금 이곳(here and now) 너머를 말하는 장르이지만, 한편으로 SF라는 장르는 ...
강화길의 「음복(飮福)」은 결혼 후 첫 시댁 제사에 참석한 며느리 ‘나’의 시점을 중심으로 고모와 시어머니/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 간의 촘촘히 연결된 갈등을 조망한다. 특히 작가는 ‘나’와 시댁의 직접적인 연결고리인 ‘남편’의 순진무구한 태도와 ‘나’의 섬세한 촉수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면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 문학이 계속 제기해온 젠더 문제에 한층 적극적으로 응답한다. 문제를 감지하...
이 책은 저자의 인생이 단편 하나하나에 오롯이 투영된 단편소설집이다. 소설의 소재들은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다. 굳게 닫힌 커다란 철문 밖에서 선물을 들고도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는 한 남자나 한겨울에 외투도 입고 있지 않은 여자가 쇼윈도에 걸린 예쁜 옷을 보고 있는 장면 등이 소설의 시작점이 되어 저자의 상상력과 인생이 겹쳐져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하였다. 짜임새 있는 상황전개와 리듬...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레슬리 피어스의 최초 한국어판 출간작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사랑과 우정,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살인과 납치, 가정폭력과 산업 발달이라는 장치를 더해 당연했던 사회적 통념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한 작품으로,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명민한 감각으로 충성스런 애독자들에게 긴장감 넘치는 즐거움...
데뷔작임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숙한 문체와 정교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마르타 바탈랴의 첫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삶』.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가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하였으며, 2020년 오스카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되면서 작품의 예술성과 문학성을 입증했다.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을 완벽하게 복원하면서, 이들의 삶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