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섹스턴, 어맨다 고먼, 루이즈 글릭 등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를 공들인 번역으로 소개해온 한국외대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정은귀 교수의 산문집 『딸기 따러 가자』가 출간되었다. 그는 코로나19를 통과하던 시기, 묵상하듯 인디언의 노래를 찾아 읽으며 고립과 불안을 달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1년 열두 달, 우리 삶의 주기와 맞춤한 인디언의 말과 그에 의지해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본 글이 함께 수...
2016년 말, 요식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미식가의 성서’라고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에도 론칭한다는 소식이 퍼졌다. 특급호텔 레스토랑, 고급 요릿집 등이 수록을 기대하며 발표만 기다리고 있었다. 총 24곳이 발표됐는데 눈에 띄는 가게와 셰프가 있었다. ‘진진’ 그리고 왕육성. 진진은 마포구 서교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중식당이다. 게다가 개업한 지 2년도 안 된 신생 가게나 다름없...
최재선 시인이 쓴 시조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생동하는 구체성에 있다. 문학은 구체성과 보편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충족했을 때 공감을 가져다주는 것이기에, 구체성은 매우 중요한 문학적 성취 요소인 셈이다. 문학은 언제나 구체적인 것을 재현하고자 한다. ‘시유삼미’, 문학은 장르를 불문하고 세 가지 맛을 내어야 한다. 이름하여 손맛, 눈맛, 그리고 품맛이다.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구체적인...
SF 소설가이자 과학자, 괴물 작가, 괴심 파괴자로 활발히 집필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곽재식.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던 그가 바야흐로 SF의 시대를 맞아 유쾌한 시선으로 SF 극장의 문을 연다. 세상에서 가장 큰 괴물부터 한국 SF의 기원, 〈곽재식 속도〉가 가능한 글쓰기 원리까지 술술 풀리는 이야기를 따라다가 보면, SF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차곡차곡 쌓여 나갈 것이다. SF를...
심은석 시인의 시들은 매우 다정하다. 말법이 살갑고 그 표현이 어렵지 않고 편안하다. 보통 시인들로서도 그것은 큰 장점이며 쉽게 이르기 어려운 영역인데 거기까지 간 것은 참으로 놀랍다. 오늘날 한국의 경찰이 많이 변했다는 걸 국민은 실감한다. 문민 경찰에다 감성 경찰이다. 그렇게 아름답게 변한 한국 경찰의 핵심에 경찰시인이 있다. 심은석 시의 특징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따스함이다. 이 따...
나의 꿈은 하루 24시간의 일상을 잘 살아내는 일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책을 읽습니다. 점심시간 30분도 아주 큽니다. 20분 동안 책을 읽고 10분은 내 생각 적기를 합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퇴근 시간 1시간은 운전하면서 새벽에 녹음했던 파일을 듣고 복습합니다. 잠들 때는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내겠다는 일기를 씁니다. 지금 내 꿈은 아주 작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활짝 열려 있던 문이 철거덕 닫히며 깜깜한 어둠 속에 내던져졌다고, 저자 양선아는 2019년 12월을 기억한다.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3기 진단. 〈한겨레〉 기자로 20여 년간 종횡무진 달려온 동시에 한창 자라는 두 아이의 엄마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지던 때였다. ‘도대체 왜 내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그 갑작스러운 어둠 속에...
글로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쓰고 싶은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피는 글쓰기 에세이이자 실현 가능한 조언을 주는 자기계발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핫한 에세이 작가로 떠오른 배지영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쓰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건드리고, 꾸준히 끝까지 쓰게 격려하고, 쓴 글이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도록 이끌어왔다. 그 과정과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어떻게 ...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노을처럼 따스한 글을 쓴다는 사람, 나겨울 작가의 에세이. 전작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살피는 법을 제시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응원의 글을 담았다. 이번 에세이는 사실 작가의 고백이기도 하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고 때론 모르고 싶고 그러면서 외로움에게 이기거나 지기도 하는 그 모...
시인의 말 담양과 인연을 맺은 지 24년 만에 고려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담양 천 년의 漢詩 역사를 집필하고 난 후 문학사에 자주 오르내린 서른일곱 명의 작품에서 시상을 일으켜 그 감흥을 時調에 담고서 ‘천 년의 시학’이라 했다. 이어 내 시 창작의 에스프리가 그 천 년의 시학과 무관하지 않음에 나의 시학을 시조로 풀이한 뒤 ‘오늘의 시학’이라 명명하여 간단없는 문학사의 흐름 속에 한 획...
강지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지?』가 민음의 시 297번으로 출간되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을 환상적 이미지를 경유해 풀어냈던 첫 시집 『내가 훔친 기적』 이후 5년 만에 출간하는 신작 시집이다.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기까지의 5년은 강지혜 시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현재에 부딪혔던 시간이다. 생면부지의 섬 제주로 이주하고,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을 업으로 삼고, 결...